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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따끈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른다. 한 곳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작은 소도시에 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엉킨다. 차는 느리게 걷는다. 차도 사람도 걷는 속도가 같다.
만화책1 방학이다. 영화수업은 쉰다. 예전에 했던 창의융합예술 수업을 의뢰 받아 시작했다. 만화책만들기를 목표로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만들기와 융합하여 집꾸미기를 한다. 종이가 튼튼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나를 잘 따라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프리랜서 학교가 방학하면 아이들은 신나지만 내 주머니는 조용하다 알바를 찾자
다가오는 항암치료를 하러 서울 간 셋째가 밤에 온다더니 6시 30분에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가망이 없다는 뜻이다. 다가오는 이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맑음 나는 자연재해라고는 없던 곳에 살고 있다. 2023년은 다르다. 자연이 무서울 정도로 비가 왔다. 작년에 비가 적게 와 덥다고 에어컨을 틀었는데 올해는 습해서 에어컨을 틀었다. 지나가다보면 논에 흙탕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2차선 도로는 물이 차 차가 지나가면 양옆으로 물을 발사하는 소리가 움찔하게 만들었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 옷은 점점 차가워졌다. 내 생에 이렇게 많은 비를 만난 건 처음이다. 자연 앞에 나는 너무 작은 존재라는 걸 느꼈다. 거인의 손바닥에 있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약하기만 한 인간이다. 오일동안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 상태다. 반갑다.
계단 올라갈까? 내려갈까? 그냥 가만히 있자. 인생은 올라가는 걸까? 내려가는걸까? 엄마의 시간은 5월부터 내려가고 있다. 셋째의 시간은 멈춰있다. 아닌가? 올라가는 건가? 모르겠다. 내 시간은 모르겠다. 힘내자 힘내자 힘내라 힘내라. 아픈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어떻게 해줄수도 없다.어떠냐고 묻기도 겁난다. 겁쟁이처럼 생각만 하고 있다. 기도를 하는 것보다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속으로 말한다. 힘내라 힘내라. 걱정하는 게 전부다. 힘내라 힘내라 힘내라. 수술이 끝나면 호전될거란 희망이 지난주에 무너지고 엄마는 혼자 걸어 다니며 우신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놓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드시면 일을 한다. 잡초도 뽑고... 고추도 따고... 콩도 깐다. 그러다 멈춘다. 우신다. 불쌍해서 어쩌냐...불쌍해서 ..
비 오기 전 나는 하얀 뭉게구름 보다 회색구름을 더 좋아한다. 감정표현이 서툰 나와 같다. 오히려 회색구름이 나보다 더 인간적 일수도 있겠다.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니까. 비가 오기 전 하늘은 무게감을 주는 분위기가 펼쳐진다. 구름이 가진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색도 진해진다. 높은 습도 때문에 불쾌도는 상승한다.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로 비를 준비한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우리 인생에도 이런 전조증상이 있다면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덜 아플까? 인생에서 사고나 불행은 갑자기 온다.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미리보기도 없이 닥친다. 내가 불행의 중심에 있게 되니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현실 감각이 무뎌지고 강건너에서 구경하는 착각을 한다. 쇼크다. 몸으로 접촉을 하지 않는다고 아닌건 아닌데. 정신이 지금을 부정..
영화로 만나다 20230714 8-2 어제 아이들이 쓴 소재 3개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가장 관심이 많은 이야기를 선택해 시놉시스를 쓴다. 시나리오로 다시 쓴 후 역할을 나누고 리허설을 한다. 8-3 장비를 준비하고 촬영한다. 감독에게 촬영순서를 정하게 한 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공간을 이동하며 촬영한다. 8-4 편집을 희망하는 아이와 편집한다. 원래 계획은 나머지 아이들은 광고를 촬영하는 거였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 영화보기로 바꾼다. 시사회를 하고 수업을 마친다. 마지막 수업일. 새벽부터 비소리가 크게 들렸다. 학교를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출발한다. 와이퍼로 닦아내는 빗물과 내리는 비가 동시에 앞유리창에 흐른다. 내생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걸 본 게 두번째다. 초등학교때 우리집 50미터 정도 떨어진 도로가 물에 잠긴 게 첫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