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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기 전

나는 하얀 뭉게구름 보다 회색구름을 더 좋아한다. 감정표현이 서툰 나와 같다. 오히려 회색구름이 나보다 더 인간적 일수도 있겠다.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니까. 비가 오기 전 하늘은 무게감을 주는 분위기가 펼쳐진다. 구름이 가진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색도 진해진다.  높은 습도 때문에 불쾌도는 상승한다.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로 비를 준비한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우리 인생에도 이런 전조증상이 있다면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덜 아플까? 인생에서 사고나 불행은 갑자기 온다.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미리보기도 없이 닥친다. 내가 불행의 중심에 있게 되니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현실 감각이 무뎌지고 강건너에서 구경하는 착각을 한다. 쇼크다. 몸으로 접촉을 하지 않는다고 아닌건 아닌데. 정신이 지금을 부정하는 거다. 멍하다.

'기도를 해야하나? 도망가야  하나? 귀를 막아야 하나?'

이미 불행이, 사고가 시작되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