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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다 20230714

8-2
어제 아이들이 쓴 소재 3개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가장 관심이 많은 이야기를 선택해 시놉시스를 쓴다. 시나리오로 다시 쓴 후 역할을 나누고 리허설을 한다.

8-3
장비를 준비하고 촬영한다. 감독에게 촬영순서를 정하게 한 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공간을 이동하며 촬영한다.

8-4
편집을 희망하는 아이와 편집한다. 원래 계획은 나머지 아이들은 광고를 촬영하는 거였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 영화보기로 바꾼다. 시사회를 하고 수업을 마친다.

마지막 수업일. 새벽부터 비소리가 크게 들렸다. 학교를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출발한다. 와이퍼로 닦아내는 빗물과 내리는 비가 동시에 앞유리창에 흐른다. 내생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걸 본 게 두번째다. 초등학교때 우리집 50미터 정도 떨어진 도로가 물에 잠긴 게 첫번째였다. 그 길로 사람도 동물도 차도 지나 갈수가 없었다. 도시에서 도로가 물에 잠기는 것은 흔하지 않아 구경 갔었다. 그 비를 뚫고 학교에 도착해서 차 안에서 슬리퍼로 갈아신고 교실로 향한다. 수업시작 종소리가 들린다. 지각이다. 건물로 들어가자 바지와 가방이 축축하다. 교실 에어컨 바람에 닭살이 돋는다. 아이들은 놀고 있다. 칠판에 낙서를 하거나 바퀴의자를 타고 돌아다닌다. 자리에 앉게 한후 바로 시작한다. 시간이 부족하다.

지난 시간에 촬영파일을 태블릿에 옮겼다. 어플 사용법을 알려주는데 아이들이 반응이 없다. 눈도 멍하다. 질문에도 답이 없다. 망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편집을 못 한다는 예상이 드는 순간이다. 편집희망자를 찾고 태블릿을 나눠준다. 4명정도 태블릿을 가지고 가고 나머지는 하기 싫단다. 싫으면 못 한다. 감독과 다른 한명만 편집을 한다. 영화를 잘못 골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이 집중을 하지 못 한다. 이건 끝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감독의 마음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 3교시까지 끝내라고 하고 메이킹편집자에게 어플 사용법을 알려준다. 메이킹 촬영파일이 생각보다 적다.  마무리는 내가 하고 시사회를 한다. 다 보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단다. 너희가 쓰고 너희가 연기했는데 모른다니...애니메이션의 부작용. 다시는 영화보기를 하지 않겠다.

4일 160분만에 만든 영화. 주1회 수업보다 속도가 있어 좋지만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에 만드는 것은 준비를 하면서 여유롭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엔 집중도가 높고 활발하게 분위기가 조성된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천천히 하는 수업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1학기가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