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리오를 쓰는 건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지나야 한다. 시나리오라고 쓴 이야기들을 초보자들이 촬영한다는 것은 어려운데 공상과학 이야기는 더더욱 힘들다. 아이들은 CG를 넣으면 된다는데 누가 넣어야 할까? 아이들이다. 제작비가 0원인데 외부의 도움을 받지도 못한다. 처음 쓴 시나리오를 그냥 찍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다니 대단한 자신감이다. 아마 박찬욱감독도 처음 쓴 시나리오를 바로 영화로 만들지 않는다고 들었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고 시나리오가 되고 바로 찍을 수 있게 되는 건 신정도 되야 할 것이다. 너희도 힘들지만 나도 힘들다. 창작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1반은
아이들이 쓴 이야기를 읽고 읽고 읽는다. 어떻게 해야할지 일주일동안 고민하지만 쓰지 못한다. 그래도 해야 하니 쓴다. 시나리오를 나눠주고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묻지만 대답이 없다. 내용을 이해하는지 묻는다. 씬 1을 어떻게 촬영 할지 묻는다. 아무도 대답이 없다. 두번을 묻자 한명이 말한다. 여기저기서 말한다. 한명이 보이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 아이가 감독. 이후에 역할을 정한다.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역할을 한다. 그림을 잘그리는 아이들에겐 스토리보드를 그리게 한다. 2주전에 스토리보드를 설명했으나 잊어버렸다. 다시 설명한다. 스토리보드를 그리지 않는 아이들이 떠든다. 안 그리는 아이들 모두 한씬을 그리게 할당을 한다.
두번째시간은 가장 찍기 힘든 씬을 찍으러 정문으로 간다. 감독도 힘들고 스텝도 힘들다. 처음이라 방황한다. 배우들에겐 이동 동선을 설명하고 스텝들은 위치를 잡게 한다. 이후 진행은 감독이 하게 한다. 8번 NG가 나고 수업을 끝낸다. 다음시간부터 본촬영 시작이다.
2반은
어수선하다. 집중을 하지 못한다. 드라마는 안된다. 액션이나 코미디로 장르를 정한다. 시나리오를 나눠주고 수정할 부분을 묻지만 대답이 없다. 감독 희망자를 선택하고 이후 역할은 감독에게 정하게 한다. 감독에게 지휘권을 넘긴다. 역할을 정하고 스토리보드를 그린다. 그리는 아이 반, 가만히 있는 아이 반. 촬영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묻는다. 한씬을 예로 들어 그린다. 모두 해보게 한다. 다음 시간은 촬영을 한다고 했는데 준비가 되지 않는다. 계속 기다릴 수 없으니 내가 나서서 준비를 시킨다. 한번은 내가 준비하고 이후엔 감독에게 넘긴다. 잘 되지 않는다. 떠드는 얘들은 교실 밖으로 쫓겨난다. 그래도 5번은 촬영한다.
3반은
시나리오를 쓰긴 했는데 아침에 운전하다 생각이 나 15분전부터 수정을 한다. 강사대기실에서 가방을 벗자마자 쓰기 시작해서 9시5분에 끝난다. 아이들에게 5분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시나리오를 나눠주니 따뜻하단다. 따끈따끈한 시나리오다. 감독을 정하고 배우와 스텝을 정한다. 배우를 하기 싫단다. 역할을 못 정한 아이들은 조연으로 모두 정한다. 가장 긴 씬을 선택해서 촬영한다. 연습할때는 시끄럽게 하더니 촬영을 시작하니 조용하게 들어 온다. NG.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고 다시 한다. 코미디다.
웃다가 끝난다.
4반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어제 시나리오를 가지러 왔는데 폰에 써서 인쇄를 안했단다. 톡이나 메일로 보내라고 했는데 안 왔다. 그럼 오늘 써야한다. 시간이 없다. 시나리오를 쓰고 톡으로 받고 메일로 전달해서 한글로 받았는데...찍을 수 없다. 한시간동안 수정을 한다. 남자 아이들은 언제 촬영하냐고 자꾸 묻는다. 나도 급하다. 드디어 완성! 예~~기쁨은 여기까지. 작가가 화를 낸다. 자신이 쓴 내용이 아니란다. 운다. 소리내어 운다. 훌쩍이며 운다. 감정이 폭발한다. 작가가 말하는 걸 모두 수긍한다. 시간을 준다. 감정을 표현하게 둔다. 그사이 다른 아이들에게 내가 쓴 시나리오를 읽으라고 한다. 시간을 번다. 이제 설명을 시작한다. 지금 작가가 쓴 걸 그대로 찍을 수 없으니 찍을 수 있게 수정을 해야한다. 총 8차시 중 오늘이 5차시다. 이제 240분만 남았다. 이 짧은 시간안에 찍을 수 있게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하니 오늘은 촬영을 못한다. 늦었다. 촬영을 할 수 있게 시나리오를 수정했는데 작가가 받아들이지 않으니 기다려야한다. 전체 촬영을 포기 한다. 할 수 있는 것만 촬영하게 수정한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시나리오가 나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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