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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김치가 먹고 싶어 엄마에게 전화한다. 레시피를 물어보고 양을 묻는다. 엄마는 적당히 넣으라고 하신다. 적당히? 얼만큼? 숟가락으로 한숟갈도 수북히? 깎아서? 어렵다.

적당히라는 단어에는 경험과 연륜이 묻어난다. 어르신들에게 인생을 잘 사는게 물어봐도 듣는 답이 적당히 잘 살면 된다고 하신다. 이 적당히 라는 단어는 사용제한이 없다.

적당히는 때론 내가 화가 났다는 표현이 되기도 한다. 친구가 계속 깐죽거리걸때 이를 물고 한마디 하면 조금 사그라든다. 적당히라는 단어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는 얼만큼일까?

50cm? 1m?

적당히라는 단어가 말의 맥락이나 말하는 이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관계의 거리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관계의 거리는 내가 어떻게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편안함을 준다면 1cm, 불편하다면 무한정, 불편하나 가까이 해야 하면 2m. 착한데 개념이 없다면...애매하다. 며칠전 수업이 끝나고 만난 사람이 그렇다.

뜻밖의 장소에서 갑자기 만난다. 웃으며 인사를 한다. 어떻게? 4교시가 끝난뒤라 점심시간이다. 근처에서 식사라도 할까요? 괜찮다고 했는데 어짜피 밥은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번은 거절하지만 계속하진 못하니 먹어야 한다. 배도 고프다.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말하는 건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는 일이다. 식사를 같이 한다. 밥이라는 단어보다 식사란 단어가 더 어울린다. 학교 일, 사회 일, 수업 등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주제로 얘기한다. 쉴새없이 계속.  식사를 마치고 인사를 한 후 헤어진다. 끝났다. 평소에 모습과는 조금 약해진 모습이다. 의외로 정치에 대한 생각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함께 하기는 꺼려지지만 생각은 진취적이다. 이제 행동으로만 옮기시면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어려운 것들로 가득하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건 정답이 있기 때문이리라. 인생문제는 답이 없다. 그리고 처음 접한다. 낯설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은 겉과 속이 다른 것이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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